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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시조가 있는 아침] 적자(赤字)

  ━   적자(赤字)     -금강산기행시초·7   임보(1940~)   큰 절벽 바위마다   붉은 구호(口號) 요란하고   명승지 골골마다   주석(主席) 장군(將軍) 성소(聖所)로다   천만 년   지나는 손들   두고두고 울리리···   - 청산도 유수도 두고 (아트힐스 간행)     랭보(Rimbo)가 임보(林步)가 되다   금강산이 개방됐을 때, 시인은 다녀왔었나 보다. 나도 두 차례 다녀왔었다. 금강산은 역시 아름다운 명산이었다. 그런데 시인이 본 것처럼 큰 절벽 바위에는 붉은색으로 새긴 체제선전 구호가 요란했다. 명승지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장군이 다녀간 성소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.   이는 자연과 후대에 죄짓는 짓이라는 생각을 했다. 길어야 백 년을 사는 인간이 천 년 뒤, 만 년 뒤에도 의연할 자연을 훼손하다니···. 시인은 ‘지나는 손들’을 ‘두고두고 울릴’ 것이라며, 이 시조의 제목을 붉은 글씨 ‘적자(赤字)’라고 붙였다. 무서운 일이다.   본명은 강홍기(姜洪基). 그런데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를 워낙 좋아해, 영어식 발음인 ‘림보’에 두음법칙을 적용해 ‘임보’를 필명으로 하고 있다. 그는 운율에 기반을 둔 정형시를 많이 쓴다. 또한 시조가 오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정형시이기 때문에 한국시의 정체성과 가장 관련이 깊다고 밝혔다. 유자효 /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체제선전 구호 김정일 장군 김일성 주석

2022-10-20

[시조가 있는 아침] 적자 -임보(1940~)

큰 절벽 바위마다 붉은 구호 요란하고   명승지 골골마다 주석 장군 성소로다   천만 년 지나는 손들 두고두고 울리리···   -청산도 유수도 두고   붉은 글씨의 체제 선전   금강산이 개방됐을 때, 시인은 다녀왔었나 보다. 나도 두 차례 다녀왔었다. 금강산은 역시 아름다운 명산이었다.     그런데 시인이 본 것처럼 큰 절벽 바위에는 붉은색으로 새긴 체제선전 구호가 요란했다. 명승지마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장군이 다녀간 성소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.   이는 자연과 후대에 죄짓는 짓이라는 생각을 했다. 길어야 백 년을 사는 인간이 천 년 뒤, 만 년 뒤에도 의연할 자연을 훼손하다니···.     시인은 ‘지나는 손들’을 ‘두고두고 울릴’ 것이라며, 이 시조의 제목을 붉은 글씨 ‘적자(赤字)’라고 붙였다. 무서운 일이다.   본명은 강홍기. 그런데 프랑스의 천재 시인 랭보를 워낙 좋아해, 영어식 발음인 ‘림보’에 두음법칙을 적용해 ‘임보’를 필명으로 하고 있다.     그는 운율에 기반을 둔 정형시를 많이 쓴다. 또한 시조가 오랜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정형시이기 때문에 한국시의 정체성과 가장 관련이 깊다고 밝혔다. 유자효 / 시인시조가 있는 아침 체제선전 구호 천재 시인 주석 장군

2021-12-22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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